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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다시 도전하기

취업에 대하여

by SnowBeom 202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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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임용고시 올인 재수를 할지,

일병행 재수를 할 지 생각을 해봤다.

 

일단 부모님은 1년 재수 올인해보라고 하셨다.

1년 더 하면 될거라고..

내가 이제 공부를 그만하겠다고 선포해서 달래느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내가 자발적으로, 내 입으로, 나 스스로, 공부를 안하겠다, 그만하겠다고 말한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엄마도 놀라셨을 것이다.

 

나는 작년에.. 반년 정도 였지만, 일 안하고 처음으로 임용고시 올인을 해보면서

감사하고 행복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무섭고 힘들기도 했다.

그 막막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 막연함, 모호함, 예측불허의 시험.. 그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시험에 대한 피드백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공부하는 과정에서도 제대로 된 교재나 방향을 알 수 없어 매년 사비를 들여 학원 강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

공교육 교사가 되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여 시험을 준비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매년 시험 경향도 달라져서.. 더욱더 예측불허의 시험이 되었다.

1전공인 국어만 그런 줄 알았는데.. 상담 티오가 주요 교과인 국어과를 넘어서면서.. 국,영,수 임고생들이 대거 상담쪽으로 이동중이다.. 곧 상담도 국어 임용고시처럼 될 것 같다...

 

다시 상담 임용고시를 보려고 대학원에 입학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나는 왜.. 또 다시 이곳에 있는가...

인생의 도돌이표처럼... 전공까지 바꿨으면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 제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했으면서...

왜 또... 죽기 전의 모습 그대로 돌아와있는지...

사람은 이토록 바뀌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이 시험을 합격해야만 이 생활이 끝나는 것일까..

 

상담 대학원에 갔던 것은

상담교사가 되려던 것도, 상담 과목으로 임용고시를 합격하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그냥 상담을 배워서 상담 쪽으로 진로를 전환하고 싶어서였다.

상담이 적성에 맞았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며, 국어교사보다 상담을 할 때 더 보람있고 행복했다. 

국어교사보다 더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내게 상담이었다.

그래서 상담을 선택했다.

실제로 나와 상담을 하고 나서 도움이 되었다, 마음이 편해졌다, 고민이 해결되었다, 등등.. 긍정적인 피드백도 많이 받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내가 잘 하는 일로 다른 사람의 안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좋았다.

 

만약 임용고시 합격을 목적으로 대학원에 입학한 것이었다면...

입학하자마자 임용고시 준비를 했을 것이다.

대다수 동기들이 그러했듯이..

만약 그랬다면.. 지금쯤 나도 이미 상담교사가 되어있겠지...

실제로 대학원 동기들 중 임용고시를 준비했던 사람들은 전부 졸업 후 초수에 한번에 합격했다.

나만.. 혼자 이러고 있다...

동기들의 진로는 3가지로 나뉜다.

 

1. 임용고시 합격해서 상담교사가 된 사람

2. 임용에 뜻이 없고 학회 자격증 취득 후 상담 센터 등 사설기관 상담사로 취업한 경우

3. 본업이 있는 상태로 순수하게 상담 공부를 위해 입학한 경우는, 졸업 후 다시 본업으로 돌아감..(타교과 교사, 직장인 등..)

 

그리고...

위 세 부류에 어느 곳도 속하지 못한..

나....

 

나는... 이상한 사람인가..

생각이 없나.. 계획이 없나...

나는 뭘 해야할까...

 

나의 작은 소망은..

내가 잘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돈까지 벌고 싶다.

너무 큰 욕심일까?ㅠㅠ

 

상담 대학원을 졸업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니..

나름대로 전문가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전문직 상담사로서의 최소한의 자격을 갖췄다.

나도.. 상담 할 자격이 있다..

상담은.. 이론 공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상담 실무 경험, 경력도 중요하다.

그래서 과학자-실무자 모델도 있는거겠지... 

 

내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려면....

교육대학원 석사학위와 전문상담교사 2급 자격증으로는.. 학교 상담교사로 취업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고..

일반 기업 상담사나.. 센터 상담사로 취업하려면...

학회 자격증이 필요하다.

학회 자격증을 따려면 수련이 필요하고.. 그것도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당장 취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따라서 당장 취업할 수도 없다.

학회 자격증이 있어도.. 상담사는 대부분 계약직이다. 학교든, 센터든, 기업이든.. 정규직보단 계약직이 많다고 한다.

그렇게 치면... 상담교사 기간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다 1년짜리 계약직들이니까...

회사 취업을 하려고 해도.. 영어점수와 학회 자격증들이 필요하고... 이런것들을 또 준비하려면 최소 6개월~1년 정도 걸릴 것이다. 그러면.... 차라리 하던 임용공부를 한번 더 하는 것이 낫겠다;;;

11월말이면.. 이제 또 10개월 뒤이고.. 내가 세운 재수 계획에 의하면.. 나는 6월까지 모든 것을 마쳐놓을 생각이다..

6개월동안 원래 하던 공부 계속 이어서 하는게.. 가장 효율적으로 보인다.ㅠㅠ 이래서 임용 늪이라 하나 보다.. 합격하기 전까진 빠져나올 수 없는...ㅠㅠ

다른 분야로 가려면.. 다시 제로 베이스에서.. 완전 밑바닥부터, 처음부터, 0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나이라도 젊다면.. 20대라면.. 해보겠지만.. 이제 30대도. 후반으로 가고 있다... 30대 초반도, 중반도 아니고.. 이제 후반이다.. 곧 마흔이 된다 40대까지... 계약직으로.. 살래? 더 무서운 것은 그 이후의 삶이다.. 30대까지는 그래도 기간제라도, 계약직이라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만약 40대, 50대에도 기간제를 해야한다면? 과연 서류통과가 될까? 관리자보다 나이 많은 신입 혹은 나이 많은 계약직을 꺼려한다는 말들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들.. 합격하려고 난리인거겠지.....

물론 다른 삶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 경험치의 한계인지.. 현실적인 다른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30대 후반에도 여전히 백수, 계약직, 독립도 못하고, 이러고 있을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상담은 크게 일반대학원과 교육대학원 루트가 있다.

대학부설 상담센터나 사설 상담센터, 기업에 취업 등은.. 일반대학원 졸업생을 우대하고, 실제로 일대원 진로이기도 하다. 교육대학원은 학교 밖 상담 시설에서는 사실상 대우해주지도 않고, 취업도 힘들다. 

교육대학원 졸업자가 일반대학원에 비해 갖는 장점은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이 유일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일대원이 교대원보다 많은 측면에서 우위에 있지만, 딱 하나, 학교 취업은 교대원 졸업자만 할 수 있다. 공무직이나 전문상담사가 아닌, 전문상담교사는 교사이므로 교사 자격증이 있어야하고, 교사 자격증은 교대원에서만 취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일대원 상담 석사들과 경쟁해서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 취업이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어차피 다 같은 계약직이고... 대우 면에 있어서는 학교가 사설 센터보다는 조금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다들... 임용고시를 보려고 하나보다.ㅠㅠ 

실제로 일대원에서도 많이들 넘어왔다고 들었다.ㅠㅠ

갈수록 경쟁률 높아지는 이유가 있구나....

 

공부에만 전념해서 빨리 합격하는 것도 물론 좋을 수 있지만...

상담을 하고 싶어 상담 대학원을 졸업했으니..

일단은 상담 쪽에 취업해서 상담 실무 경험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작년에 상반기에 잠깐 기간제교사로 취업했지만.. 정말 너무 짦은 기간이었고..

아직 1년 기간제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1년 기간제는 어찌보면.. 임용고시 합격 후의 정교사의 삶과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전문직과는 다르게, 교사는 임용고시 합격을 못해도 그 전에 미리 교사의 삶을 체험해볼 수 있다. 월급도 똑같이 받으면서 말이다.

다른 전문직들은 시험에 통과해야만 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합격 전까진 공부만 하거나 아니면 그 일과 관련없는 다른 알바를 하며 시험 준비를 해야한다. 변호사, 의사, 검사 등... 시험 합격 하기 전까지는 변호사, 의사를 하며 돈을 벌면서 공부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는 교사자격증이 있으므로 기간제교사를 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전문직종이다.

이것이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공무원도, 경찰도, 5급 행시도.. 시험 합격 전에는 공무원의 삶, 경찰의 삶, 사무관의 삶을 미리 알 수 없다. 그러나 교사는 가능하다. 그런데.. 이것이 장수의 길로 들어서는 것일수도 있다.ㅠㅠ 

기간제 카페에서는.. 기간제에 안주하지 말라고.. 기간제는 시급높은 알바일 뿐이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사립이 아니라 공립 교사로 근무하고 싶다면 더더욱.. 임용고시에 꼭 합격해야한다.

그래도 일단은.....

상담 일을 해보자...

지금 당장 내가 상담 분야로 취업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있는 일은 그나마 초,중,고교 전문상담교사 기간제이다.ㅠㅠ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장 유리한 취업 공부도.. 작년에 한번 경험했던, 그리고 합격권까지 갔던 임용고시 공부이다.ㅠㅠ

현실적으로..그렇다는 것이다..

교육대학원 졸업생인 내가.. 일반대학원 졸업생들의 루트로 다시 들어가려면.. 그 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또 들어가야한다...

나이는 40을 향해 가고 있다.. 나도 이제 그만 방황하고 정착하고 싶다.. 인생에서 공부가 전부도 아니고... 다른 의미있는 것들도 많은데... 이 공부를 붙잡고 있음으로 해서 놓치고 있는 것들이 매우 많음을 실감한다. 내 삶이 영원무궁한 것도 아니고... 만약 내가 내년에 죽는다면... 내 인생이 100세가 아니라 40세가 끝이라면... 그래도 나는 이 일을 하고 있을 것인가? 

 

스티브잡스가 그랬듯.. 나도 나 자신에게 이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상담 기간제교사로 취업해서 상담 일을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임용고시 재수도 할 것이다.

임상심리사 2급, 청소년상담사 2급 자격증도 공부해서 취득할 것이다.

그동안 미뤄왔던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할 것이다.

 

내년에는.. 올해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고 싶고,

올해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내년 1월 1일은 울면서 보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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