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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다시 도전하기

[교원치유지원센터/교원마음방역] 심리상담 1회차 후기

by SnowBeom 2023.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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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치유지원센터에서 지원해주는 교원마음방역 프로그램을 신청해봤다.

엄청난 교권침해나 심리적 소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동료 선생님들의 후기도 좋았고, 괜찮았다는 추천도 있었다.

무엇보다 무료로 심리상담을 8회 받을 수 있기에...

시간당(50분) 10만원씩 지원.. 8회면 80만원 상당의 심리상담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어서..

교원마음방역 공문을 읽고 절차에 따라 신청했다.

그런데 신청 인원이 많으면 대기 기간이 길 수도 있다는 안내문이 있었고, 실제로 한 일주일 지나도 연락이 없어서

그냥 잊고 있었다.

별 기대없이.. 한 11-12월쯤에나 연락오려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연락이 왔다.

교원마음방역 프로그램에 선정이 되었고, 내가 신청한 상담센터에서 8회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가 온 것이다. 

그리고 내가 신청한 센터에서도 바로 상담 예약 안내 문자가 왔다.

공문에 첨부되어 있는 상담센터 목록을 보고, 나름 엄선하여 상담센터를 선정했었다.

홈페이지도 들어가보고, 위치나, 상담사들 학력, 경력, 프로필, 학회 자격증, 수퍼바이저 자격 등등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나름 가장 좋다고 생각한 곳을 선택한 것이다. 

내가 선택한 센터에는 여러명의 상담사가 있었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상담사는 3명 중 1명이었다.

고심 끝에 학회 1급 자격증과 주수퍼바이저 자격이 있는 분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바로 이틀 뒤 저녁으로 상담 예약을 잡았다. 거의 바로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학교 근처이기는 했지만, 초행길이고, 낯선 동네였으므로 학교에서 조금 일찍 출발했다.

저녁 8시 예약이었는데, 네이버 지도에는 도보 15분(버스도 15분;;)이 떠서.. 7시반에 나와도 충분했겠지만..혹시 몰라서.. 그냥 가서 기다리자는 심정으로 7시 20분에 학교에서 출발했다. 

초행길이고 좀 헤매긴 했지만, 7시 40분쯤 센터 근처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핸드폰을 보니 상담사가 10분 늦을 것 같다는 문자가;;; 와있었다.

8시 10분 도착.. 그럼 난 30분이나 기다려야 한다.ㅠㅠ

근처 카페라도 들어가 있을까 했지만 금방 나와야하니 돈 아깝고 해서 먼저 들어가있어도 되냐고 물었다.

상담사가 센터 비번을 알려주면서 들어가있으라 했다;;

뭔가 느낌 싸함.. 무서워지기 시작...

센터에 그럼 아무도 없다는 건가?

빈 사무실에 혼자 비번 누르고 들어가 있으라고?ㄷㄷㄷ

뭔가 캄캄하게 불 다 꺼진 아무도 없는곳에 비번 열고 들어가 있으려니 너무 무서웠다.ㅠㅠ

그냥 밖에 서 있을까 하다가

한번 가보기로 결심...

처음엔 다른 건물로 잘못 들어가서.ㅠㅠ 진짜 무서웠다. 불 다 꺼진 상가를 옥상까지 올라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상담센터가 네이버 지도에는 위치가 나오는데, 간판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2차로 싸함..ㅠㅠ

무슨 영업장이 간판도 없음??? 상담센터가 간판이 없다니,,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ㅠㅠ

게다가 상담사는 첫날부터 늦고, 빈 센터에 비번 누르고 혼자 들어가 있으라니.. 너무 무섭고 싸함...ㅠㅠ

집에 가고 싶었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속는셈 치고 한시간 상담 받아보기로...

오늘 상담 받고 이상하면 센터 바꾸려고 했다.

상가 헤매다가 겨우 제대로 건물 찾아서 올라갔다. 다행히 이번엔 계단에 불도 켜 있고.ㅠㅠ

센터도.. 문은 잠겨있었지만 내부는 뭔가 불이 켜져 있었다.

도어락 비번을 누르고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었고, 근데 공간이 너무 작고 협소했다.ㅠㅠ 미니미 미니룸 버전..

홈페이지에서 본 사진과 느낌이 달라서 당혹스러움;;;;

이래서 홈페이지를 잘 꾸며놨구나... 사진은 믿을게 못된다는 걸 다시한번 확인..ㅠㅠ

뭔가 속았따..라는 느낌에 싸함+실망..

내가 잘못 골랐구나...라는 후회도 조금 되었다.

그래도 오늘은 어쩔 수 없지..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첫만남에서 내담자보다 30분 늦게 오는 것이 미안했는지(?) 

ㅡ 사실 내가 많이 미리 간 것도 있다;; ㅡ

상담자는 거의 8시에 맞춰서 도착했다.

많이 급하게 헐레벌떡 서둘러 온 것 처럼 보였다.

시간 맞춰 급하게 온 티가 역력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예약 시간인 8시에 상담이 시작되었다.

처음 10분? 동안은 상담 신청서와 서약서? 동의서? 같은 것을 작성했다.

그리고 상담이 시작되었다.

 

2019년에 대학원 교내 상담센터에서 무료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

그때 이후로 한 4년만인가?

그런데 그때는 상담의 뚜렷한 필요와 목적이 있었던 반면, 

이번 상담은 뚜렷한 고통이나 호소문제, 해결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게 아니라서 더 고민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상담을 가기 직전까지..

오늘 상담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어떤 점을 상담 받는 것이 좋을까..

 

하고 싶은 말이야 많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50분씩, 8회.

 

물론 그 이후로도 계속 사비로 상담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무료체험 8회 동안 어떤 상담을 받는 것이 유의미한 시간이 될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던 것 같다.

 

이러한 마음들도 그냥 솔직히 이야기 했고(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해봤는데, 답을 못 내렸다, 전반적으로 나에 대해 알고 싶다? 등등...)

 

상담교사로서의 업무 스트레스 문제, 진로문제, 가족문제 등등이 있다고 설문지에 체크를 했고

첫날인 만큼 라포형성 및 상담 주제 탐색을 위해 여러가지 주제로 이야기하면서 자기개방을 한 것 같다.

 

약 한시간 동안 상담이 진행되었고, 시간이 굉장히 짧게 느껴졌다.

더 이야기 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반응해주고, 질문해주고, 피드백해주는 지적으로 똑똑한, 수준 맞는 사람을 만난 느낌이랄까... 오랜만이다. 수준 맞는 사람과 대화한다는 기분을 느낀 것이... 

 

남자 상담사는 처음이라서 걱정도 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프로필 사진과 실물에 좀 격차(?)가 있어서 약간 놀라긴 했지만...(실제론 너무 야위심;;;)

그래도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처음에 센터 건물 헤매면서 간판 없는거랑, 혼자 비번 치고 들어가 있으라고 했을 때 느낀 무서움과 싸한 느낌은 좀 사라졌다.

다음 회기가 조금 기대되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상담자의 말과 피드백은..

내가 외로워보인다는 말..

처음으로 들어본, 내가 생각해본적도 없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던 외로움.. 이라니?? 내가??

나 스스로는 내가 외롭다고 느낀적도 없고,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써본 적도 없다.

외로움을 느낄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내 얘기를 듣는 타인의 시선에서는 내가 외롭게 느껴진다니.. 그럴 수도 있구나..

생각지 못했던 피드백..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말을 듣고..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진짜 외로운 건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내가 외면했을뿐...

굳이 보려고 하지 않았고, 내겐 그저 당연한 일들이었는데... 그게.. 외롭게 보일 수도 있구나..

외로움.. 일 수도 있겠구나....

 

이런게 상담의 효과일까?

사실 별 기대 없었고...

그냥 내가 생각하고 속으로 정리해온 내 삶의 이야기들.. 구구절저러 그저 나열하고 이야기하는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싶었는데....

내 뒷통수를 때린 한마디가 있었다.

 

한시간에 그 한마디만 건져도..성공인건가?

내가 전혀 생각지 못한 통찰을 가져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좀 더 지켜봐야겠다.

 

상담사와 센터는 바꾸지 않고 그냥 여기서 계속 진행해봐야겠다.

그리고 어쩌면 8회 무료 체험이 끝나고 나서도 개인 사비를 들여 심리상담을 계속 받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리고 더 괜찮으면.. 이 분께 수퍼비전도 받고, 교육분석도 받고, 학회 자격증을 따기 위한 수련도? 받아볼 수도 있겠다? 라는 막연한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1회기 소감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회기 전까지.. 왠지 생각이 많아질 것 같다.

나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보고 싶다. 

내가 외로워보이는 이유, 가족문제, 대인관계, 삶의 전반적인 문제들... 진로 등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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