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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고생김고생

둘 다 초시에 합격했대!

by SnowBeom 2023.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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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꿈 속에서 언니가 말했다.
 
"둘 다 초시에 합격했대"
 
언니는 내 등 뒤쪽에 있었고, 나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말로 들었다.
 
동생이 "진짜?" 라며 격양된 목소리로 좋아했다.
동생이 합격했다는 말인 줄 알았다.
동생은 얼마전에 변리사 2차 시험을 치렀다. 두번째 2차 도전.
그리고 본인은 시험을 잘 본 것 같다고 말했고, 큰 변수가 없는 한 붙을 것 같다고 했었다. 
아주 자신만만한 모습이었고, 솔직히 부러웠다.
나는 그동안 숱하게 많은 임용고시 시험을 봐왔지만, 저렇게 시험이 끝난 후 자신있게 내 합격을 장담했던 적은...없었던 것 같다. 
나보다 나이는 훨씬 어리지만 동생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부러웠다.
후회없이 열심히 공부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자신감 같아서 더욱 그랬다.
나도 저렇게 후회없이 시험장을 나올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중에 동생의 합격 소식(꿈)을 들은 것이니, 아... 결국 붙었구나.. 싶었다.
재수만에 변리사 합격.
대단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그 묘한 경계선 어디쯤에 나는 있었다.
그렇다고 슬퍼할 수도 없으니 담담하게 동생의 합격 소식을 들었다.
언제나 비교 당하는 건 내쪽이었다.
누가 대놓고 그러는 건 아니지만, 늘 스스로 작아졌고, 열등감을 느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느덧 동생은 자라서.. 나와 비슷한 시험(고시)를 준비하게 되었고.. 결국 나보다 동생이 먼저 합격하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장수생, 계약직, 백수....
한없이 작아지는 나..
 
그런데 그때 언니가 말했다.
 
"OO(동생)이도 OO이지만, ㅁㅁ(나)도 궁금해서 더 물어본 것도 있는데, 둘 다 합격했대!"
 
읭????
 
둘 다 ?
 
그럼 나도...? 합..격..?
 
동생만 합격한 것이 아니라, 나도 합격했다고??
 
"응, ㅁㅁ(나)도 합격이래!"
 
언니가 아는 분에게 물어봐서 발표 전에 미리 결과를 알아냈다는 것이다.
 
나도 합격?
 
내가..?
 
나도? 내가? 합격을 했다고?
 
믿기지가 않았다.
 
순간 멍.... 일시 정지.
 
벙쪄있다가.. 갑자가 울음이 터져나왔다.
 
얼굴이 잔뜩 찡그려지고 입을 틀어막고 엉엉 울었다.
 
옆에 계시던 아빠, 엄마도 오열하셨다.
 
꿈이었지만, 잠깐이었지만
정말 통곡 정도의 오열이었고
실제로 꿈에서 깼을때 나는 울고 있었고, 깨고 나서도 여운이 남아 침대에 누워서 좀 더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내가 왜 눈물이 났을까?
내가 그만큼 이 합격에 목말라 있었던 건가? 내게 이 임용고시 합격이 이토록 간절한 일이었나?
새삼 생각해볼 수 있는 꿈이었다.
 
덕분에(?) 늦잠 자서.ㅠㅠ 지각할 뻔 했다.
 
꿈에서 깨고 난 뒤 울면서 생각한 것...
어쩌면.. 진짜 나는 올해 합격한 것이 아닐까? 합격할 것(미래형)이 아니라, 이미 합격한 것(과거형) 아닐까?
말도 안되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미 합격했고, 시험장은 그 합격을 확인하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불안해할 필요도 없고, 이 시험을 계속 할지 말지 이 시점에서 진로 고민할 필요도 없다.
왜냐?
나는 이미 합격했으니까..
꿈은 내게 그걸 보여준 게 아닐까?
흔들리는 나를 위해, 미래의 내가 현재(과거)의 나에게 언질(예지몽)을 해준 것이 아닐까?
 
"넌 어차피 올해 합격이야. 그러니까 바보같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해! 어차피 넌 이미 붙었으니까! 쓸데없는 고민하지 말고!" 라고 말이다.
 
어.올.합. 어차피 올해 합격.
 
난 이미 합격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쓸데 없는 감정 소모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난 합격했기 때문에.
 
유학이든, 다른 투잡이든, 합격 이후에 하면 된다.
지금 디데이 70일 시점에서 고민할 거리가 아니다.
난 어차피 합격했으니, 내가 원하는 것들을 70일 이후에 할 수 있다.
남은 70일은 그저 잘 마무리하고 준비해서 시험을 보러 가면 된다.
시험만 보러 가면 되는데, 그 쉬운 걸 왜 안해? 이미 다 합격한 건데 시험장에 안가서 도로묵을 만들겠다고?
바보같은 짓 하지 말고, 70일만 버티자.
 
임용고시 D-73, 
모고 직강을 처음으로 가볼지 말지 고민중이었는데,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학원 결제해야겠다.
처음으로 노량진 학원 직강 9-11 모고반 들으러 갑니다...
 
난 합격한다.
난 된다.
난 이미 합격했다.
73일 뒤에 그저 그 사실을 확인하러 가는 것 뿐이다.
 
나는 9수 끝에, 결국 해낸다.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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