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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드라마

이병철(2022), 시간강사 입니다 배민 합니다

by SnowBeom 2023.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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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 끌렸다.
시간강사-라는 직업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얼마전까지 시간강사의 직업을 가지고 살았었다. 지금은 기간제교사이다.
이 책의 저자는 초중고교의 시간강사가 아니라, 박사학위를 받은 대학교 시간강사이다. 고등학교 시간강사이든, 대학교의 시간강사이든 시간당 시급을 받는 교사(?)라는 점에서는 비슷할 것이다. 물론 시급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나는 기간제교사를 시작하기 전에 시간강사를 계속 해왔었고, 2014년 국어과 시간강사(고등학교 국어교사)를 했을 때 나의 시급은 17,000원이었다. 시간강사의 시급은 해마다 오르는 것은 아니고.. 몇년에 아주 조금 올랐다. 그래서 2020년 코로나시대, 마지막으로 시간강사를 했을 때 시급은 시간당 22,000원이었다. 이 시급은 초중고교 모두 동일하다. 초등학교 수업시간은 40분, 중학교는 45분, 고등학교는 50분이다.
시간당 시급으로 따지면 초등학교가 제일 이득이다. 40분에 22,000원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간강사는 50분을 수업해도 22,000원을 받는다.
수업시간이 누적될수록 차이는 더 커질테니, 고등학교 시간강사의 시급을 더 주는게 맞지 않나 싶긴 한데... 시간강사의 시급은 정말 잘 안오르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교 강의를 하면서 한시간당 35,000원을 받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간강사와 13,000원의 시급 차이다.

저자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것 같다. 그러나다 4년제 대학교에 편입하여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온 후 3수만에 대학원 석사과정에 합격했다고 한다. 서초공고를 졸업하여 한양대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18년이 걸렸다고 한다. 시인이자 대학교 시간강사이지만, 시간강사는 정규직도 아니고, 교수도 아니기에.. 생활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제2의 직업이 배달 아르바이트였던 것이다. 저자는 배달의민족(배민)라이더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었다.

나 역시 국문학 전공자로서(학사,석사), 한때 국문학 박사과정도 고민했던 시기도 있었기에.. 저자의 사정이, 이 책의 내용이 남 일 같지가 않았다.
국문학 공부가 재밌었고 적성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대학교때 전공 성적도 좋았다. All A+를 받고, 과탑을 한적도 있고, 4년동안 장학금을 받았고,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조기졸업했다. 그러나 입학할때부터 동기들, 선배들은 국문과를 "국문과=굶는과"라고 했다. 국문학 공부가 좋았지만, 공부를 한 뒤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직업을 가질 수 있을지, 어디에 취업할 수 있을지, 생계를 해결할 수 있을지... 등등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원래 꿈은 교사였으므로.. 나는 국어교육 대학원에 입학했다. 교육대학원 국어교육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임용고시 생활을 시작했다. 그게 스물여섯, 벌써 12년 전이다.
25살때 대학원 석사 논문을 쓰면서 졸업예정자 자격으로 첫 임용고시를 보았으니, 햇수로 13수차다.. 장수생도 이런 장수생이 있을까..
그때는 수험생활이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다. 한번, 혹은 두번이면 합격할 줄 알았다.
20대를 전부 독서실에서, 그리고 30대까지도 이 시험공부를 하며 암울하게 보낼줄은 몰랐다.
20대 후반쯤.. 국어 임용고시에 계속 실패하면서 국문학 박사과정에 지원해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가 시험공부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내가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은 대학 공부를 할때였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문학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을 선뜻 지원하기가 어려웠다. 현실도피처럼 느껴졌고, 다른 실용적인 학과도 아닌, 국문학 박사를 하겠다는 것이 그리 똑똑한(?) 대안도 아닌것처럼 보였다. 국문학 박사를 졸업해도.. 박사학위가 생기는 것 외에 무엇이 달라질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박사 학위로 돈을 벌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공부가 하고 싶어서? 박사과정에 입학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성인이기에, 이제 경제적인 것도 부모님께 의존할 수 없고, 스스로 책임져야 할 나이이기 때문이다.
이 고민은 최근에도 했었다.
지금은 다른 전공이기는 하지만...
나는 또 두번째 전공으로의 박사 입학을 고민했다.
이유는 비슷하다. 상담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할때 가장 행복했었던 것 같아서. 상담 임용고시 시험은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그러나.. 서울대 심리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하면... 뭐가 달라질까? 박사를 졸업한다고 바로 교수가 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직업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이후의 삶이 너무나 아득하고 막막하고 보이질 않아서.. 무작정 박사 공부를 하기도 무섭다. 이제 나이도 더 들어서 곧 40이다.. 박사를 졸업할때쯤이면 40대 초중반.. 박사 졸업 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상담센터 취업? 혹은 창업? 사업?
확신할 수 없기에.. 좀 더 앞길이 보장되어있는 상담 임용고시로 사람들이 몰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박사를 하려면 영어공부도 해야하고.. 입학도 쉽지 않고.. 들어가서도 공부하고, 박사논문은 또 얼마나 만만치 않으려나.. 그렇게 힘들게 학위따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박사 이후에도 상담 교사 기간제에 취업한다면.. 굳이 박사를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모르겠다. 가보지 않은 길이고,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없어서.. 어떤 다른 진로가 있는지 모르겠다.

국문학 박사 졸업 후 시간강사를 하며 배민을 하는 저자가 참 대단한 것 같다.
나는 오토바이도 못타는데.... 만약 박사 졸업 후 원룸/고시원 월세도 못 낼 정도면..나는 무슨 일을 해야할까?
기간제? 아르바이트? 시간강사 여러개? 아르바이트도.. 40대가 되어서 계속 할 수 있을까?
저자는 배달 일을 하며 겪은 일들 및 에피소드들을 소소하게 풀어나가고 있지만,
비슷한 입장에 있는 독자로서 나는 마냥 편하게 책을 읽을 수만은 없었다.

인문학 연구자들은 대학에 자리 잡지 못하면 그야말로 '잉여 인간'이 된다. 박사 학위까지 받느라 고생한 걸 생각하면 이제 와 다른 일을 할 수도 없거니와 이미 30대 중후반을 넘긴 나이다. (중략) 시간당 강의료는 3만 5천원에 부로가하다. 몇 군데 신문과 잡지에 글도 연재하고 있지만 강의료와 원고료를 다 합해도 월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병철(2022), 시간강사입니다 배민합니다, 1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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